창립한 지 20년도 되지 않은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 CEO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서비스나우, 아틀란시안 등 생소한 이름들이 세계 50대 유망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뉴노멀 시대, 리더십도 변해야 합니다. 정태희 리박스 컨설팅 대표가 말하는 10가지 HR 트렌드와 리더십의 변화에 대해 소개합니다.
Trend 1. 기본으로 돌아가자
하고많은 트렌드 중에 기본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으로부터 모든 해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모습을 그려내는 조직이 더 지속적입니다. 따라서 거대 담론보다는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만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맥스 배저만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제는 완벽함, 최고되기, 온리원이 아니라 작은 발전, 작은 성공, 휴리스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사람의 입장에서 작은 감동을 주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늘 초심을 기억하며 놓치고 있는 담론 중 가장 근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Trend 2. 유리알 감성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 분노를 마음속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 카드를 들여다보고 코로나19 시대의 의사소통과 관계를 재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MZ세대 노조를 보면 구성원의 감정과 개입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계 위주의 노조 활동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다양한 정치·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가 가르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막히고 갇힌 현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집단지성 형태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처럼 구성원들이 작은 것에 감동하고 슬퍼하며 분노하는 상황에서 리더는 어떻게 조직을 관리해야 할까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매일 아침 직원의 기분을 측정하는 등 ‘유리알 감성’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구성원의 감정은 생산성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이러한 감정의 굴곡도 모른 채 획일적인 성과를 지시해선 안 됩니다.
우르술라 번스 제록스 전 CEO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그러나 업무에는 뛰어났던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때가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의 유리알 감성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어투와 표정, 부정적 감정이 조직문화에 치명적 결과를 끼친 것입니다. 이후 번스는 올바른 어조와 감정 컨트롤을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고 제록스를 혁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래에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위기에서 살아남아 회복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리더는 구성원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러 복지 제도를 만들기에 앞서 그들의 깨지기 쉬운 감정과 스트레스를 먼저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Trend 3. 완벽하고 효율적인 직원경험
우리 일의 일면을 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인간은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가치를 향상시킵니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거나 반복적인 업무에 대해선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설픈 전략은 완벽한 행정보다 못합니다.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니라 0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하나가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실수 없이 완벽한 행정 서비스를 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은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길 수 있는 내부 및 외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일을 관리하는 것보다 일을 쪼개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디테일에 여러 능력을 발휘해서 순간의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작은 감동, 작은 입소문은 곧 회사의 매출과 연결됩니다. 구성원들은 모래알처럼 쪼개진 조직 생활 안에서 개인이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비로소 성장합니다. 리더는 직원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긍정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정사실의 데이터, 패턴이 모인 머신러닝, 거기서 더 발전한 딥러닝 등 테크놀로지로 대체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패턴의 반대말은 경험입니다. 인간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경험은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때로는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결정적 긍정 경험을 살리고 결정적 부정 경험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Trend 4. 직무가 아닌 스킬에 집중
이제는 인재를 찾을 때 잡 포스팅이 아닌 스킬 포스팅이 필요해진 시대입니다. 그만큼 업무를 집요하게 쪼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퇴사하는 직원이 생겼을 때 현장의 과업에 연연한 나머지 단순히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을 뽑아선 안 됩니다. 퇴사한 직원이 가진 스킬, 우리 조직이 새롭게 채우고 준비해야 할 스킬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합니다.
과거에 굴뚝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스킬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굴뚝의 틈과 굵기를 조사할 수 있는 용기와 경륜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굴뚝 관리자는 드론 스킬을 익히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고 맙니다. 또 당장 업무 영역과 관련이 없더라도 미래를 위해 갖춰야 하는 스킬들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업무 이외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리더는 가끔 판을 뒤집어 보면서 조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품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버리고 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동시에 구성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그려야 합니다.
Trend 5. 개인화
지금은 하나의 직업만 가지고 출퇴근을 반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여러 직업을 가지고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최적의 상황에 맞춰 실현해 나갑니다. 일명 ‘프로 N잡러’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시간입니다.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지금 회사가 개인을 통제하기는 힘들어졌습니다. MZ세대는 ‘우리 회사’보다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감정, 내 공간, 내가 내키는 일을 추구합니다. 때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구성원의 마음을 잡으려면 이들이 어떤 느낌으로 출근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와 본질입니다. MZ세대는 실패는 용인해도 무능함은 용서하지 못합니다. 게임 속에서 신나게 악당을 물리치고 ‘만렙’에 도달하려는 열정은 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개인화 시대에 기업은 구성원들이 일의 의미를 자각하고 일을 통한 존재감과 성취감을 느껴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Trend 6. 집요한 목표 추적
현재 성과관리는 획일적이고 이벤트성으로 평가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집단지성과 실시간 피드백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성과관리4.0 시대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때 성과관리 운영 주체는 인사 담당자가 아닌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투명한 성과관리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통한 빅데이터 형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과관리4.0 툴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설픈 성과관리를 하기 이전에 리더는 기업의 문화와 체제 및 체질을 먼저 관리하고 소통에 집중해야 합니다. 결국 집요한 목표 추적은 목표에 전진하는 행위보다 목적지에 대한 공감, 목표를 달성한 이후의 빠른 피드백과 보상에 달렸습니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기반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Trend 7. 단절과 소통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통이 불편해졌고 어느새 단절된 삶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단절 속에서도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소통합니다. 단절은 곧 소통과 같은 말이라고 왜곡해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장님도 네모 한 칸, 나도 네모 한 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온라인 업무의 평등함을 표현한 말입니다.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언어적 소통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대면 소통에서는 말이 어설퍼도 인상이 좋거나 행동, 눈 맞춤, 장소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말의 의미 그대로 소통하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전 이 메시지로 인해 직원들이 긍정 경험을 할 것인지 부정 경험을 할 것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하고 싶은 말을 짧지만 진정성 있게, 가독성을 높여 작성해야 합니다.
오늘날 기술로 많은 것이 해결되고 있지만 듣고 말하고 쓰는 행위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사람 간의 관계나 접촉이 듣고 표현하는 것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보고와 소통은 일대일로 자주, 많이,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리더가 실무의 운전대를 잡은 구성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감이나 격려 없이 얼마나 많이 팔았고 잃었는지만 이야기한다면 그 직원은 일할 맛을 잃어버릴 게 분명합니다. 자율권이 없는 운전사는 대형사고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리더는 어미 코끼리가 되어야 합니다. 아기 코끼리는 제 잘난 맛에 걷고 있지만 사실 그 뒤에는 어미 코끼리가 있습니다. 아기 코끼리를 코로 툭툭 치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Trend 8. 공감 능력
많은 기업에서 X세대, Y세대, Z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리더 스스로 자신이 가진 편견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는 공감 능력자가 되기 위한 기본 단계입니다.
정말 멋진 리더는 자신이 아는 것을 떠드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리는 사람입니다. 기성세대를 위한 리버스 멘토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현재 많은 글로벌 회사에서 리더의 권위와 힘을 빼고 세대별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리더십의 화두 중 하나가 ‘친절하고 미소가 있는 리더십’이었습니다. 실제로 M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리더로 꼽은 유형은 유명하거나 뛰어난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리더’였습니다.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우는 아이에게 감성이 풍부한 아이라고, 많이 먹는 아이에게 튼튼한 아이라고 칭찬하듯이 단점을 장점으로 강화하면 호의적인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 결과, 직원은 하나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리더는 성과 추적에 집요하되 포용하고 명료하되 친절해야 합니다. 더불어 빠른 보상과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Trend 9. 지그재그 리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전 세계적으로 커져만 가는 양극화 속에서 리더는 조직 내 뛰어난 연결고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적과의 동침’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입니다. 극단적인 경쟁의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래형 인재를 ‘다육식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어느 환경에서든 끝까지 살아남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인재를 이야기할 때 신체 나이, 세대별 편 가르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리더가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조직에서 얼마나 뛰어난 연결자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인재의 활용도가 달라집니다.
BMW는 고령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대신 인체공학 프로젝트를 통해 신체적 피로도를 줄였습니다. 그들을 정년퇴직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노하우로 활용한 것입니다. BMW의 사례처럼 리더는 변화를 수용하되 실행 가능한 행동에 근거를 제시해 목표한 바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최적, 최선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여러 담론을 이해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Trend 10. 쪼개지는 조직
분사, 사내벤처, 독립 사업체, 스핀오프 등 여러 조직 변화에 깔린 핵심은 바로 효율입니다. 사람은 목적과 전문성, 자율성이 확보될 때 신나게 일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기존의 조직관리 틀을 벗어나 정말 기발하고 강력한 조직이 될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베이는 잘나가던 페이팔을 분사시켰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기업도 분사를 통한 매출 증가와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에서 주문 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진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조직을 과감하게 쪼개는 날씬한 경영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제시한 10가지 리더십 트렌드의 핵심은 결국 인간은 존중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확신으로 가득한 리더는 전통적인 조직을 이끌 확률이 높은 반면 혁신적인 리더는 자기 확신성이 낮습니다. 이제 HR은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이 아니라 인간 존중(Human Respect)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면 어제보다 더 나은 기업, 어제보다 더 나은 리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 이동언 기자 lee_d_e@kma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