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하고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점점 더 복잡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팬데믹이 선언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그 끝이 어디인지 예상하기 힘든 이 시기에 외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다만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들을 발견했을 뿐이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이 말은 회복탄력성을 대표하는 문장일 것입니다. 물론 개인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조직 차원으로도 충분히 해석 가능합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선진 기업의 67% 정도가 경영 환경의 점진적인 변화와 급진적 중단의 위협에 대한 대응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폭스바겐입니다. 폭스바겐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술만 맹신한 나머지 디젤 차량 오염 방지 장치 관련 스캔들을 일으켜 아직도 사고 수습 중입니다. 반면 토요타는 전대미문의 가속 페달 관련 리콜 사태와 같은 단기적 사업 중단 위기를 3년 만에 성공적으로 극복했습니다. 그 차이를 가져온 요인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이 개념은 1960년대 일부 IT 데이터에 대한 백업 차원에서 실무에 도입되기 시작해 9·11 사태, 허리케인 카트리나, 동일본 대지진 등을 겪으면서 중요성이 부각된 조직의 전략적 이슈이자 경영 화두입니다.
본래의 정상 상태로 되돌아가는 힘, 회복탄력성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힘으로부터 변형된 상태에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입니다. 이는 개인 차원에서는 ‘역경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잠재적인 힘 혹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으로 정의됩니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게리 하멜 런던대 비즈니스스쿨 초빙교수는 조직 측면에서의 회복탄력성은 ‘한 번의 위기에 대응하거나 한 번의 실패를 극복하는 힘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해를 입힐 만한 심각한 트렌드를 예상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량을 가진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원동력’으로 정의합니다.
또 영국 표준협회(BSI)는 조직 회복탄력성을 ‘조직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갑작스러운 중단 상황을 예측, 대비하고 대응 및 적응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지속가능성’과 상호보완적 개념으로 가치사슬 전반에서 총체적 위험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회복탄력성은 현재 닥친 위기(Crisis)를 겪으면서 극복하는 힘과 위기를 겪은 후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뿐 아니라 미래에 닥칠 위험(Risk)을 대비하는 역량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쟁력위원회(Council on Competitiveness)는 회복탄력성을 가진 기업의 특징을 ▲조직문화 내재화 ▲비즈니스 환경 및 상황 인식 ▲취약성에 대한 파악 및 선제적 대응 관리 ▲신속하고 유연한 적응 역량 보유의 4가지로 설명합니다. 이 4가지 요소를 보유하는지 여부에 따라 조직이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며 각각의 요소는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역량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한 개념이 회복탄력성의 구성 요소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일반적으로 7가지 요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것은 사업 영속성 관리¹ 수준을 진단하는 평가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먼저 ‘지배구조’는 조직 구조·전략, 업무 정의, 부서 내 또는 부서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 요소입니다. ‘기업문화’는 위기 감지·예방·대응의 개념을 미션, 전략과 일치시켜 일상의 문화로 내재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실패를 용인하고 학습하는 문화의 구축입니다. ‘비즈니스 통합’은 핵심 프로세스의 가용성, 연속성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상치 못한 작업 중단의 상황을 상정해 잉여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적정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당합니다. ‘전사적 위험관리’는 전사 차원으로 일괄된 위험을 파악하고 줄이고 통제·관리하는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핵심 위험을 식별, 평가하고 발생 시 예산 손실을 파악합니다. ‘공감대 형성’은 위기 대응 능력이 가치 창출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조직 내부에 전파해 공유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활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활동에 대한 성과 모니터링을 수행합니다. ‘IT 시스템’은 업무 중단, 시스템 장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요 IT 시스템이나 중요 정보·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관리 체계 실행’은 위기 대응 체계 및 계획의 조직 내 적용과 실제 상황에서의 실행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상시 및 비상시 부서별 위기 대응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 실행력 확보를 위한 모의 훈련도 담당합니다.
스타벅스는 2000년대 후반 들어 성장세가 크게 줄어들었고 수익성 또한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때문에 고객이 줄었고 2007년에는 컨슈머리포트의 시음 테스트에서 맥도날드 커피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07년 스타벅스 주가는 42%나 떨어졌습니다. 이에 이사회 회장직만 맡고 있던 하워드 슐츠는 2008년 1월 CEO로 복귀하면서 스타벅스 직원들의 결집을 통한 재기를 추진합니다.
회사는 경쟁 심화, 차별성 결여로 인해 추락하고 있었지만 정작 직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동안의 성장 타성에 빠져 변화에 둔감해져 있었습니다. 슐츠는 ‘문제를 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재기 다짐을 위해 2008년 10월 뉴올리언스에서 1만여 명의 매니저들이 참석하는 리더십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뉴올리언스는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지역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상징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이 컨퍼런스를 통해 슐츠는 리더들에게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온 것임을 강조해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동시에 고유의 새로운 커피 제조법을 교육시켰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2년 후인 2010년 스타벅스는 1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매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P&G는 조직문화 차원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문화를 구축해 스마트한 실패를 핵심 자산으로 활용합니다. CEO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의 실패는 축복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실패 사례의 교훈을 공유하고 실패를 칭찬합니다. 이러한 도전정신은 평상시뿐 아니라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회복탄력성의 자양분이 됩니다. 문화적인 노력 이외에 운영 인프라 차원에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오로지 보잉737 기종만 사용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정비공이 어떤 비행기나 수리할 수 있고 모든 비행사가 어떤 비행기도 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항공사를 괴롭히는 기상, 혼잡, 기타 중단으로부터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서비스회사인 시스코는 연중 상시 운영되는 사건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의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는 인력들에 의해 시시각각 업데이트된 정보가 경영진에게 제공됩니다. 또한 시스코는 2시간 내 대응을 시작하는 단계적 확산 과정을 모니터링 프로세스에 결합해 두었습니다. 미국 본사 현지시간으로 오후 9시 46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시스코는 발생 40분 만에 중요성을 감지, 인식했고 그로부터 17분 후 고위 경영층에게 보고가 진행되어 글로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동부 해안을 위협했을 때 월마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월마트는 사람들이 생수, 방수 외투, 조명등, 깡통 따개 등을 비축해 둘 것임을 이전 허리케인들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재고를 늘려야 하는 물품뿐 아니라 줄여야 하는 물품에 대한 목록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면 고기처럼 냉장고에 저장을 해야 하는 물품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태풍으로 인해 전기 공급이 중단될 경우 냉장고는 소용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계절적 변화, 주요 명절 등의 수요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시스템을 재난 대비 데이터관리 시스템으로 사용했습니다. 청량음료 수요에 대한 여름 날씨의 효과를 추적하는 로직으로 생수 수요에 대한 악천후의 효과를 계산했습니다. 컴퓨터와 통신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월마트의 트럭들은 화물의 목적지를 언제라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제품 운송도 유연하게 운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맷집은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나 정도’를 의미합니다. 맷집이 곧 회복탄력성이며, 위기 대응 DNA입니다. 여기서의 ‘힘’은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신적인 힘입니다. 비상 상황에서도 모든 직원이 동요하지 않고 일관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유된 사고방식과 태도, 행동양식과 규범이 필요한데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곧 ‘문화’입니다. 조직 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지만 평상시에는 위기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잘 드러나지 않으며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인식과 태도는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기 대처와 극복을 위한 공유된 가치와 태도, 즉 ‘위기 대처 문화’의 구축이 중요하며 필수적입니다.
맥킨지의 분석에 의하면 성공을 더 많이 거둔 집단의 특징은 ‘성공을 더 많이 한 사람들이 실패 경험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기에 실패 경험이 많았던 것입니다. 이런 실패 경험이 개인과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강하게 만듭니다. 다른 하나는 물리적인 힘입니다. 여기에는 조직 구조 및 제도, IT 시스템, 자금 등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됩니다. 조직 운영 제도 중에서 승계 계획도 중요합니다. 9·11 사태 이후 이 개념이 이슈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실제 CEO나 기업의 핵심 간부들이 다수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기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과의 심리적 계약이 중요합니다. 심리적 계약이란 조직과 구성원 간 또는 조직 구성원 간에 형성된 연대성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조직과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교환에 대한 암묵적인 의무와 기대들의 집합으로 정의합니다. 물리적 안전 확보, 트라우마 대비 카운슬링, 물질적 기반(급여, 보상 등)의 안전적 제공, 원격지 근무 시 가족 지원 체계 보장 등의 활동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임기응변에 강한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평상시의 리더십과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은 달라야 하며 리더에게는 이러한 상황 적응적(Contingent)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기 시 리더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리더가 흔들리면 구성원도 흔들립니다. 협력적(Collaborative)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일방향적 지시와 변화관리뿐 아니라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핵심 인력을 추진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 크랜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디니어 교수는 조직이 진정한 회복탄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위 경영진들이 통제, 실행, 성과와 혁신 사이의 긴장 관계를 반드시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 사고방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합니다. 유지와 전진 간, 일관성과 유연성 간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이를 기회로 재창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역량이 곧 회복탄력성이며 미래는 이를 보유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1) 사업 영속성 관리(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 BCM) : 회복탄력성은 BCM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본고에서는 회복탄력성 측면에서의 내용에 중점을 두고 내용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