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는 마이클 조던과 함께 미국 프로농구의 전설로 불렸습니다. 이들이 농구선수로서 최고로 기억된다면 감독으로는 미국대학경기협회(NCAA) 7년 연속 우승을 포함한 총 10회 챔피언, 4차례 무패 퍼펙트 시즌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 낸 존 우든이 꼽힐 것입니다. 그가 27년간 8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1967년 UCLA는 NCAA 대회 결승전에 올랐습니다. 데이턴대와 경기를 앞두고 존 우든 감독은 탈의실에 선수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칠판 쪽으로 걸어가서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은 비장의 전술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국가가 흘러나올 때 선수단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 설명하는 그림이었습니다. 또 경기가 끝난 후에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줬습니다. 상대 팀에 대한 정보나 전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죠. 경기 전에 가르칠 건 이미 다 가르쳤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든 감독은 연장전 승률이 아주 높았는데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에도 전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점수판 보지 말고 각자 최선을 다하도록 해. 모든 걸 쏟아 부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면 그것으로 됐어.” 이런 감독을 보고 오히려 선수들은 평정심과 자신감을 갖게 됐고 수많은 연장전을 이겼습니다.
우든 감독은 성공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성공은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 얻는 만족감과 그로 인한 마음의 평화다.”
1959·1960년 시즌은 우든 감독의 재임 기간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해입니다. 마지막 경기를 가까스로 이겨서 14승 12패로 마무리했습니다. 팬들과 언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불평했습니다. 그러나 우든 감독은 그 시즌이 자신의 부임 기간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전 해 주전 네 명이 졸업했고 UCLA 미식축구팀이 미국대학경기협회 규정을 어기는 바람에 UCLA의 모든 스포츠팀이 포스트시즌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 때문에 농구 팀에도 유망주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경험 부족, 실력 있는 선수 부족, 포스트시즌 자격 박탈 등 어려움이 겹쳤습니다. 그런 장애 속에서도 5할 승률을 넘긴 것입니다. 이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자기 기량을 100% 이상 발전시켰습니다. 오히려 4년 후 UCLA가 역사상 처음으로 NCA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을 때 언론은 극찬했지만 그는 4년 전과 비교해 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우든 감독의 리더십을 성과 목표보다는 학습 목표에 무게를 뒀다고 해석할 것입니다. 성과 목표는 우승이나 1등 같은 성과를 추구하는 것이고 학습 목표는 과정을 통해 뭔가를 배우는 성장을 추구합니다. 실패했을 때도 차이를 보입니다. 성과를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했을 때 능력이 모자란다고 판단해서 쉽게 포기하지만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를 통해 실력을 쌓았다고 판단해서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섭니다.
경영 환경이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고 디지털 혁신과 새로운 사업 모델의 출현으로 기존 사업 판도가 급격히 뒤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정답이 없는 일을 시도해야 합니다. 실패는 필연적입니다. 그보다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우든 감독의 가르침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