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이후 언택트가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와 장애로 구체적인 내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강석립 삼성SDS 부사장이 말하는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설계, 구축,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2018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처음으로 인텔을 이기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습니다. 이후 2018년 3분기를 정점으로 다시 순위가 변경되었지만 올해 2분기에 다시 한번 인텔을 추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선두 경쟁을 벌였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 반도체 회사 랭킹을 살펴보면 삼성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고 일본 회사들이 8개나 톱 10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회사들은 점점 순위에서 뒤처졌고 삼성전자는 1995년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상위권을 유지하다 올해 다시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기를 확보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훌륭한 인재, 끊임없는 혁신, 혁신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실천적 로드맵, 반도체 정신이라고 불리는 모토, 과감한 투자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을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입니다.
DT에 실패하는 이유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고 있지만 대다수는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의 70%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존 코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실패하는 이유로 ‘조직 내 위기의식 부족’,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 그룹 부족’, ‘비전·목표 공감대 부족’, ‘단기 혁신 성과 가시화 부족’, ‘조직문화 미정착’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다양한 현장을 분석해 본 결과에서는 크게 4가지의 실패 요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경영진의 조급증입니다. 다른 회사의 성과에 따른 경영진의 조급증이 실무진에게 전달되고 실무진이 이를 해결하고자 과속 또는 편법을 사용하면서 올바르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회사의 비전이 불분명한 경우입니다. 앞선 경영진의 조급증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회사에 필요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조금만 더 깊게 고민해 보면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나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이 희석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의 시스템과 문화 융합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방법이 좋든 나쁘든 간에 이미 하나의 문화로서 생태계를 형성한 만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이를 잘라내 새롭게 안착시킬지 아니면 융합할지 고려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부족해서 내부에서 충돌 및 갈등이 이어져 결국 실패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은 산업별·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계획 수립 미비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인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맞는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기술들을 활용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입 목적 및 효과 정립 우선시해야
그렇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성공 사례들은 어떻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을까요.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기 전에 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레고리 바이알 HEC몬트리올 정보기술학과 부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DT(IT) 기술을 조합해 기업 자산에 의미 있는 변화를 촉발하는 프로세스’라고 정의했습니다. 또 IT리서치기관 IDC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혁신과 변화를 추진하는 프로세스’, 세계경제포럼(WEF)은 ‘디지털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조직의 변화’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정의들의 공통점은 좋은 내용이지만 막상 이해해서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선언적인 요소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한계점이 있고 이를 잇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도입 목적 및 효과를 잘 설정해야 합니다. 크게 4가지로 먼저 업무 절차의 투명화(Visible)입니다. 각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업무, 절차의 투명화가 필요합니다. 업무 절차를 투명하게만 하면 개선될 수 있는 문제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노력, 기술 등을 확보하지 못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휴먼 오류 감소(Intelligent)로 투명화 작업을 거쳐서 파악된 여러 가지 불합리한,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해결할 때 가능한 한 인력의 활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사람의 손에 의해서 오류가 다시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최대한 줄이면서 원하는 프로세스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연결성 강화(Connected)입니다. 조직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서 움직이며 이를 통해 생산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생산성이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활용해 종축으로 구축되어 있는 전문 영역들이 횡축으로 연결되어서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비용 효율화(Efficient)입니다. 결국 기업은 투입 대비 결과를 극대화해야 하므로 가능한 비용과 투자를 줄이면서 가져갈 수 있는 퍼포먼스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DT 유형에 따른 맞춤형 기술 도입 필요
이러한 목표에 맞춰서 주요 기술들을 활용해야만 비로소 산업·기업별 특성에 적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클라우드상에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믿으며 자사에 맞지 않은 유형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유형은 간단하게는 단위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것부터 클라우드상에서 애플리케이션 간에 연계하고 디지털 기술을 더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꼭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단위 애플리케이션이 노후화되어 새롭게 교체하는 것도 해당 기업에게는 중요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실제로 삼성SDS에서 지난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기사를 취합해 살펴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서버 용량 및 속도를 향상하는 ‘인프라 구축 및 업그레이드’와 인공지능을 도입 및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 적용’ 그리고 ‘단위 애플리케이션+디지털 기술’ 등의 유형을 시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클라우드 도입이 아니라 기업의 구체적인 페인 포인트를 찾아 해결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조 영역에서는 현장에서 수집되는 모터 진동, 밸브 누수, 파이프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 및 가공하는 데이터 모델을 통해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설비 이상을 감지해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합니다.
건설 영역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강력한 법적 규제로 인해 건설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해지다 보니 센서 및 드론 등을 통해 이상을 감지하거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통해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유통 영역에서는 시간 단축, 연료 소모 감소, 근무자의 피로도 절감 등을 위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과 입출고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 프로세스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의 발전과 여러 기술을 조합 및 융합해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도 도전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데스밸리를 극복해야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면 ‘J-커브’를 경험하게 된다. J-커브란 도입 단계에 잘 대응해야 적응-확산-정착 단계로 성공적 이행이 가능하다는 경제 용어로 이때 도입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문제로 실패하는 현상을 ‘데스밸리(Death Valley)’라고 합니다.
이러한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목표 도달 기간과 자원을 최대한 단축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정확한 좌표 인식, 최적의 라우팅(Routing),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 엔진 등에 대한 고려에서 출발합니다.
먼저 정확한 좌표 인식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양한 기업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준 진단 툴인 비즈니스 DTA(Digital Transformation Assessment)를 활용하면 전사적으로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제조, 마케팅, 개발, 구매 등 각 영역별로는 어느 정도인지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최적의 라우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진단 결과를 통해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한 후 레퍼런스를 검토하고 비전을 수립하고 과제를 우선순위화해 정리한 후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행과제를 상세 설계해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전적인 한계 등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하면서 세팅해야 데스밸리에 빠지지 않고 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 엔진은 마스터플랜을 실행하기 위한 IT기술 그리고 솔루션에 관한 역량,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역량,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등을 의미합니다.
IT는 정보기술 아닌 혁신기술
시장조사업체 IDC에 의하면 향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투자하겠냐는 의향과 규모를 조사한 결과 투자 규모는 지난해 3조 8000억 달러에서 2023년 6조 8000억 달러로 연평균 16% 성장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기업은 지난해 27%에서 2023년 75%로 2.8배 증가했습니다.
이제 IT는 단순히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을 서포트하고 리딩하는 혁신기술(Innovation Technology)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지수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생산량 증가, 시장점유율 확보, 매출 증가 등 효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일차적 변화인 시설, 설비 투자에 비해 파악하기 어려워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합니다. 몸의 근골들이 노후화되면 생체 리듬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기업에서도 뒷단의 IT가 노후화되면 혁신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를 깨달아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IT와 관련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언 기자 lee_d_e@kma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