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Efficiency)’은 불확실성이 적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처한 기업에 좋은 솔루션입니다. 하지만 역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효율성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더 중요합니다. 조직이 회복탄력성을 가지려면 리더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리더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틴 리브스 BCG 헨더슨 전략실 상무이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서 비즈니스를 이끄는 법’이란 기고문에서 10가지 위기 대처법을 제시했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회복탄력성을 키워드로 정책을 수립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효율성이 적합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회복탄력성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맥킨지 또한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를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명명하면서 이를 준비하는 5가지 단계를 제안했습니다. 2단계가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여기서의 회복탄력성은 조직이 하락 기조에서 상승 기조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으로 구성됩니다. 우선 자기조절능력은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감정조절력, 충동통제력과 원인분석력으로 구성됩니다. 감정조절력이란 압박과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감정조절력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과 주의력, 행동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분노나 짜증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할 때면 언제나 긍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불러일으켜서 신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능력도 의미합니다.
충동통제력은 자신의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인내력이나 참을성과는 다릅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오히려 고통을 즐기는 능력 혹은 고통의 과정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마음의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인분석력은 자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내는 능력입니다. 자신에게 닥친 사건들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대인관계능력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재빨리 파악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소통능력, 공감능력 및 자아확장력으로 구성됩니다.
소통능력은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맺고 오래도록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공감능력은 다른 사람의 심리나 감정 상태를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으로 표정, 목소리 톤, 몸짓이나 자세 등을 통해서 그 사람이 어떠한 생각이나 느낌을 갖고 있는지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자아확장력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정도입니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이미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편 김주환 연세대 교수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간의 실수에 대한 뇌의 반응을 확인한 실험에 따르면 몇 가지 특징적인 결과들이 나타났습니다. 첫째,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실수 관련 부정적 전위를 보였습니다. 즉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둘째,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예기치 않은 상황 혹은 작은 역경에 직면했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셋째,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질문에 대해 훨씬 더 빠른 응답 속도를 보인 반면 실수율은 더 높았습니다. 즉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일수록 회복탄력성이 낮으며 자신의 실수 혹은 역경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매우 높았습니다.
종합해 보면 실수 관련 부정적 전위가 강하게 나타나는 사람, 즉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스스로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실수를 범한다 해도 실수로부터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어서 스스로의 수행을 정확히 평가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노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을 보유한 ‘리질리언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딜로이트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과 관련해 리질리언트 리더의 5가지 자질을 설명했습니다.
첫째,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위기 속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위기관리의 감성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리질리언트 리더에게는 직원과 고객들 더 넓게는 산업 생태계 구성원들과 진심으로 함께 하는 공감능력, 부드러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재무적 성과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이성적인 태도도 갖춰야 합니다.
둘째, 목표 달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안의 우선순위 분류에 능하며 조직을 안정화시켜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어려운 제약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려 애써야 합니다.
셋째, 완벽함보다 속도를 우선시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임기응변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불완전한 정보만으로도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합니다.
넷째, 소통을 자주합니다. 처음부터 무엇을 모르는지를 포함해 현재 상황에 대해 진솔하고 투명하게 설명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이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동시에 구성원들을 안내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청사진을 그립니다.
다섯째, 장기적 관점을 유지합니다. 위기 이후의 상황이 가져올 변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예측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5가지 특성에는 회복탄력성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실패에 대한 긍정 마인드, 실패에 대한 피드백의 적극적 수용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5가지 특성 각각에 대해 해석하기보다 통합해서 해석하게 되면 회복탄력성의 가장 큰 특징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리질리언트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리질리언트 리더의 특징을 명확히 규명한 연구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리질리언트 리더의 특징으로 규명되는 요인들이 대부분 이전에 연구되었던 다양한 리더십 유형, 예를 들면 변혁적 리더십이나 거래적 리더십 등의 리더십에서 도출된 특징들과 공통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복탄력성의 가장 큰 특징인 실패에 대한 긍정 마인드 역시 다른 리더십의 특징 중의 하나인 실패에 대한 학습능력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리더십을 가진 리더를 리질리언트 리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이런 리더는 수없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기업을 하향세에서 상향세로 전환(Bounce Back)시키는 작업 자체가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이며 이러한 작업을 이끈 리더가 진정한 리질리언트 리더라고 정의한다면 여기에 포함되는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특성을 가지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회생시킨 사티아 나델라 CEO입니다. 창업 이후 승승장구하던 MS는 2000년 들어 모바일 사업에 대한 대응 실패 등으로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회사 사활의 미션을 받은 사티아 나델라가 2014년 3대 CEO로 부임합니다.
부임 후 그는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부임 초기 사티아 나델라는 핵심 인력 300명만 모이는 최고회의에서 “기술 변화가 너무 빨라 나도 잘 모르는 게 많으니 앞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회의를 바꿔 봅시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공감’이라는 가치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려는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한 것입니다. 이는 그가 어릴 때 크리켓을 하면서 깨달은 리더십의 조건으로, 그는 공감능력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키워 준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달성에 집중했습니다. 스티브 발머 전 CEO가 윈도우 운영체제에만 집착한 것과 달리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목표로 양 산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당시 MS 내부에서는 이미 아마존이 선점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 전략을 집중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티아 나델라는 MS오피스를 모든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게 클라우드화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반면 가능성이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2016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냉정하게 인정하며 휴대폰 사업 퇴출을 결심하고 노키아 인수 포기를 결정했습니다. 완벽함보다 실패를 우선시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는 실패를 인정하고 용인하는 성격이어서 늘 주변 사람들에게 “빠르게 실패하라(Fast fail)”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일례로 한 모임에서 여성에게 임금 인상 요구를 포기하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 내용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자 공식적으로 “특권의식을 가진 남성의 완전히 잘못된 비상식적인 발언이었다”며 곧바로 사과했습니다.
MS 내에서 고질적으로 자리 잡은 사내 정치와 불필요한 불화를 없애기 위해 임원들에게 ‘비폭력 대화’라는 책의 일독을 지시하는 등 대대적으로 원만한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며 회사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습니다. 과거 빌 게이츠는 경쟁사를 적으로 간주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했고 스티브 발머 또한 리눅스, 애플, 구글에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사티아 나델라는 2016년 윈도우가 최고라는 기조 대신에 다른 운영체제와의 협력을 추구하면서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Linux)’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라이벌 리눅스와의 협력 관계를 대외에 공표했습니다. 또한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리눅스 관련 오픈소스를 지원해 MS가 모바일 오픈소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다 확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러한 리질리언트 리더십을 통해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하락을 상승으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주가를 약 3배 성장시키고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시스코시스템스를 20년간 지휘하다 2017년 사임한 존 챔버스 전 CEO는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리더(CEO)들에게 ‘현실적이 돼라’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누구도 이 위기 상황에서 완벽한 해결책을 찾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은 완벽을 추구해야 할 때가 아니라 가능한 상황에 적응할 때”라며 “B학점이면 된다. 그 누구도 A 학점을 받을 수 없다. 지금은 그저 묵묵히 헤쳐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리더들에게 회복탄력성은 필수적입니다. 이는 리더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 중 하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일 잘하는 인력을 키운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뿐 아니라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마인드와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회복탄력성을 지닌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처럼 리질리언트 리더가 회복탄력성을 가진 직원을 육성할 수 있고 회복탄력성을 가진 직원이 많은 곳이 회복탄력성을 가진 조직이 됩니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