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정말 중요한 곳에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연구소장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조직 구성원에게 공감을 얻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 관리가 필요한지, 관계와 소통의 리더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최근 우리 기업들에서도 정량적인 성과 못지않게 직원의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가 기업에 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단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복지 차원에서 임직원의 정신건강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에게도 장기적으로 득이라는 것을 경영자들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긴장이 높은 일들이 늘어난 반면 해결책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면서 “평생 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예측성이 떨어지는 미래를 맞이하다 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높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은 지난 2016년 란셋 정신의학지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같은 가장 공통적인 질병의 치료를 위해 1달러를 투자하면 이를 통해 얻는 건강과 경제적 혜택은 4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4배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입니다.
신영철 소장은 “WHO의 연구 결과 2030년 기업의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 1위는 놀랍게도 우울증이었다”면서 “결근, 직장, 병가 등도 문제지만 나와서 일을 못 하는 프레젠티즘이 더욱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직원이 우울하면 기분만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업무 능력도 감소됩니다. 이렇게 되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을 사흘을 줘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즉 직원의 정신건강이 나빠지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한편, 이처럼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했습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원의 정신건강과 생산성의 연관성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신건강을 단순히 마음먹기 나름이라거나 의지에 관한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우리 문화에서는 CEO의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한 CEO가 행복한 기업을 만든다”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해 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는 CEO들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자신이 편안해야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데 실적이나 자리에 집착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 늘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런 CEO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리더들의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상대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관계와 소통을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입니다. 특히 리더의 경우 타인과 어떤 유대관계를 형성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생존과 번영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때로는 자신을 낮추고 ‘공감’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신영철 소장은 “여유란 외적 요소를 갖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명함을 빼고도 무기가 있는지 돌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리더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에서 여유가 나오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동기를 제공하고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건강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코칭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우선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CEO가 먼저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돌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더불어 “기업에 고문 변호사가 있듯이 이제 고문 정신과 의사나 고문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과거처럼 ‘돌격 앞으로’ 식의 리더십만으로 성과를 내는 시기는 지났으며 리더를 도와 구성원의 정신건강을 보살필 전문가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골라내서 낙인을 찍겠다는 ‘관리’가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을 도와주겠다는 ‘케어(Care)’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원이 누릴 수 있는 개인의 복지 차원에서 정신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인데 “정신건강에 투자한다고 당장 생산성이 높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신영철 소장은 “복지는 10년, 20년은 지나 좋은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성과가 드러난다. 구성원들 사이에 ‘회사가 나를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는구나’란 인식이 생기면서 좋은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조직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30년 전의 리더십으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끌고 가기 힘들다”면서 “직원들을 전문가로 대접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이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등을 추구하되 ‘품격있는 성공’이 필요하다고 그가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기획·취재 KMAC 박예진 기자 / 이동언 기자 / 김수영 객원기자
자문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