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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 시대, 기존 리더십 신화와 결별하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우리는 3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친 세대를 하나로 묶어 MZ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두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것은 바로 이들이 더 이상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남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세대가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시대, 리더십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살펴봅니다.

 

구성원들의 자기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업무에서 고용주의 손발이 되어 주던 ‘직장인’에서 일을 통해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직업인’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USC 마샬경영대 효율적조직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제니퍼 딜과 알렉 레빈슨의 연구를 살펴보면 요즘 구성원들의 독특한 자기 인식 특성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들의 자기 인식은 철저히 자신에 대한 관심에 근간합니다. 이들이 조직으로부터 자기 중심적이라는 평을 듣게 되는 이유는 일 이외에도 만족할 수 있는 개인적인 삶을 갖기 원하고 이것을 언젠가 미래에 이루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원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조직 구성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자기 자신이나 가족 구성원을 위해 더 좋은 삶을 꾸려 가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일을 싫어하거나 못하거나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이들도 기꺼이 일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의 두 번째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일에 몰입하려면 그 일이 자신에게 의미 있고 세상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일이란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92%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 본인에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88%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과 자선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열심히 그리고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밀레니얼 임팩트 보고서’의 저자인 데릭 펠드만은 79%가 ‘선한 영향력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56%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고 싶어서’, 61%는 ‘이러한 부문과 연계된 전문적 스킬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하며 이 일이 자신의 커리어 전략과 어떻게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어떤 수혜가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자기 인식 특징은 주변으로부터의 인정욕구가 크면서도 철저히 독립적이란 것입니다. 인정욕구란 일터에서의 적절하고 적시적이며 충분한 피드백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73%는 조직 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조언해 주고 인정과 칭찬, 피드백을 통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원과 피드백, 인정을 원한다고 해서 조직이나 타인에게 의존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인정욕구가 크지만 동시에 철저히 독립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양면성은 뷰카(VUCA)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본능적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주변과 조직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함을 앎과 동시에 스스로 경쟁력을 바탕으로 독립적이지 못하면 언제든 주변과 조직에 의해 소진되고 도태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구성원들은 학습과 성장을 추구힙니다. 지속적 학습과 이를 통한 성장만이 자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처럼 일 외적인 개인 삶을 중시하지만 선한 영향력 및 성장과 관련되어 자신에게 동기 부여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몰입하는 모습, 주변과 속한 조직으로부터 인정욕구가 크지만 얽매이고 의존적이 되는 것은 싫어하는 자기 인식적 특징을 필자는 ‘자기다움’이라 표현합니다.

이러한 자기다움은 조직 내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 것인데. 직장인 입장이 조직 내 관계를 팔로워십 또는 멤버십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고용주와 함께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직업인은 조직 내 관계에 대해 파트너십을 상정합니다.

파트너십은 조직과 대등한 관계의 나, 즉 조직과 함께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동등한 주체로서의 자기 인식이 부각됩니다. 지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계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구성원의 자기다움 추구는 조직과 리더십의 정체성 대전환의 전주곡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별해야 할 리더십 신화

그렇다면 구성원의 자기다움 추구가 몰고 올 조직 모습은 어떠할까. 지금껏 대부분의 기업 조직 구성원들은 마치 조정 경기 선수들처럼 뛰어왔습니다. 이른바 세이의 법칙¹⁾에 따라 규모와 속도전을 펼치고 있었기에 결승점이 분명했고 승기의 요건 또한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변수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 제어도 가능했습니다. 혜안을 지닌 카리스마적 리더의 지휘 하에 하나로 단합된 협동을 발휘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전환되면서 기업 조직들은 더 이상 이러한 조정 경기장에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급물살과 암초에 부딪혀 보트가 전복되고 일등은커녕 생존 자체도 보장되지 않는 마치 래프팅 경기와 같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보트 위의 그 누구도 이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제 리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복잡성과 이로 인한 위험이 증대된 환경에서 획일화와 독단은 조직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를 돕고 문제해결을 주도할 핵심 멤버들의 역할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이런 상황에 조금 익숙해지고 있는데 숨 돌릴 겨를 없이 또 다른 경기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바로 서핑입니다. 환경은 더 광활하고 어디까지가 경기장인지 경계도 없습니다. 각자 자기 보드를 가지고 파도와 겨뤄야 하고 기본적인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고도의 컬래버레이션을 이뤄야 하는 새로운 조직의 모습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인데요. 디지털 혁신에 근간한 4차 산업혁명 사회로의 전환이 몰고 온 변화입니다.

‘자기다움’ 시대와 가장 가까운 조직의 모습은 바로 서핑이 아닐까. 서핑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개별 주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한 채 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요즘 구성원의 자기다움 추구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이 자기다움이 제시하고 있는 미래 조직으로의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선 사람과 조직 그리고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한 가정을 점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가정은 이전 환경에서 꽤 주효했고 그렇기에 우리 머릿속에서 당연한 전제이자 성공 신화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결별해야 할 첫 번째 신화는 ‘소수의 핵심 인재에 리더십 에너지를 집중하면 된다는 가정’입니다. 20세기에는 대부분의 조직이 수는 적지만 성과 창출에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되는 20%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파레토 법칙에 따라 핵심 인재들을 별도로 선별해 관리했습니다. 이는 속도와 규모전을 펼치던 때에는 주효했습니다. 어차피 조타수 자리는 소수고 조타수가 될 만한 인원들만 케어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선택된 소수들이 뷰카 환경에서도 여전히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기업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까. 개별화와 다양성이 만들고 있는 미래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다수 구성원의 자기다움이 핵심적인 소수에의 의존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이 잠재적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별해야 할 또 하나의 신화는 '협동에 근간한 팀빌딩 효과에 대한 과신'입니다. 지금까지의 팀빌딩과 팀워크의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너지를 담보한다고 가정해도 괜찮은가. ‘나 하나쯤이야’라는 말에는 ‘사회적 태만’²⁾을 내포합니다. 이는 육체를 사용하는 일뿐만 아니라 두뇌를 사용하는 지적 작업인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개인 수준에서뿐 아니라 집단이나 조직 수준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우리가 조직 내에서 흔히 목격하는 부문 또는 팀 간 책임 떠넘기기, 사일로(Silo) 현상이 그것입니다. 사회적 태만이 지배하고 있는 조직을 원하는 리더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것은 물론 3이나 4 아니 그 이상이 되기를 희망하죠. 이 바람을 담은 용어가 바로 ‘시너지’와 ‘집단지성’입니다.

그런데 이 시너지와 집단지성은 사회적 태만 현상과는 상치됩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태만 현상을 극복해 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정 경기나 래프팅에서 작동했던 기존 팀빌딩 접근이 서핑과 같은 미래 조직에서도 여전히 유효할까.

이제 비대면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되는 상황입니다. 물리적으로 한 배에 모여 앉아 있던 조정과 래프팅 상황에서 각자 떨어져 플레이하고 그 퍼포먼스를 연합시키는 서핑처럼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시너지와 집단지성은 ‘협동’보다는 ‘협업’에서 구해야 합니다. 협동이 팔로워십과 멤버십을 통해 얻어졌다면 협업은 파트너십을 통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핀 바대로 파트너십은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자기다움 인식 변화와 닿아 있는 것입니다.

 

미래 리더의 지향점, 휴탈리티 리더십

환경 변화 속에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직업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일터에서 영향력의 주체로 존재감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바로 거기서 창의, 혁신의 근간인 몰입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향력은 어떻게 생기게 되는가. 영향력의 근간은 우리 각자 내부에 있다. 영향력은 ‘안에서 밖으로’란 명확한 방향성을 가집니다. 마치 열이나 향기, 소리, 진동처럼 근원에서 주변으로 퍼지는 것이 영향력입니다. 그러니 영향력 발휘를 위해서는 근원이 되는 우리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리 안의 어떤 것이 나를 대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의 어떤 요소가 세상과 만나야 할까. 다시 말해 나를 대변하는 어떤 요소가 직업을 통해 세상과 만나야 존재감이 극대화되고 영향력의 질감이 풍부해질까.’

미국의 심리학자 버크만은 강점, 흥미, 욕구를 핵심적인 자기다움 요소로 보았습니다. 즉 한 개인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흥미, 욕구, 강점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 중 욕구를 ‘지향점’으로 바꾸어 흥미, 강점, 지향점을 개인의 대표 자기다움 요소로 제안합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모든 욕구는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각 요소가 직업을 통해 개별적으로 또는 연합해 세상과 제대로 만날 때 존재감과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통상 흥미와 지향점(욕구)을 합해 한 개인의 인간성(Humanity)이라 부르고 재능 또는 강점을 탤런트(Talent)라 일컫습니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를 합쳐 ‘휴탈리티(Hutality : Humanity+Talent)’로 명명합니다. 즉 우리 각자의 자기다움을 규명하는 요소는 바로 각자의 흥미, 지향점, 강점, 즉 휴탈리티인 것입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직장은 영향력자를 꿈꾸는 구성원들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되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세상의 필요점을 주로 회사에서 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회사 외에 자신만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도 자신의 휴탈리티와 연결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9시간 또는 그 이상을 투입하는 일터에서 영향력자의 느낌을 만끽하지 못한다면 일터에서 주도적으로 몰입하지 못하고 활력을 잃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기업 조직은 소구하고 있는 세상의 필요점, 즉 시장과 고객의 니즈가 무엇이며 이를 위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고 매력적으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것과 구성원의 휴탈리티가 잘 연결되도록 환경과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면 어떤 환경과 풍토가 적합할까. 구성원들이 일터에 와서 자신의 휴탈리티를 온전히 발휘해 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리더들은 조직문화와 조직 구조, 일하는 방식과 피드백 시스템을 ‘통제 관리 풍토’에서 ‘탐색 실험 풍토’로 전환해야 합니다.

탐색과 실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때 동기부여 및 즐거움과 연결된 신경 전달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이 몰입하게 됩니다. 자신의 휴탈리티를 바탕으로 세상의 필요점과 연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탐험, 실험, 학습은 우리 인간에게 본원적으로 설계된 삶의 방식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 역시 이에 맞춰져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을 지배한 관료제와 효율적 경영기법은 구성원들을 협소한 업무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구성원들은 전체 관점에서 자기 일의 의미를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불량은 줄고 생산성과 효율은 비약적으로 늘었으나 구성원의 휴탈리티 표현, 이를 근간으로 한 실험과 학습능력, 최종 생산물에 대한 애착은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주인의식은 사라지고 주인을 의식하게 된 것입니다.

미래에도 여전히 조직이 지속가능하려면 개별화와 다양성을 경영의 근간으로 세우고 구성원의 휴탈리티가 세상의 필요점과 연결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결국 휴탈리티 리더십이란 ‘구성원의 휴탈리티가 일터에서 동력이 되도록 탐색 실험 풍토에 기반한 몰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조직에서 찐몰입, 창의, 혁신을 목격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휴탈리티로 리더십하기’가 필요 합니다.

기업과 조직이 원하는 몰입 그리고 창의와 혁신은 구성원의 휴탈리티가 존중받고 이것이 조직이 지향하는 고객의 필요점과 연결될 때 비로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열 박사, 현대자동차그룹경영연구원 전임교수 soulpark77@hyundai.com

 

 

1) 세이의 법칙(Say’s Law) : 19세기 초반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세이가 주장한 것으로 공급(생산)이 스스로 자신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2)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 집단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증가할수록 성과에 대한 개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집단적 심리현상